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원제: Le Pays des souris)
알리스 메리쿠르 | 그림 마산진 | 옮김 이세진 | 책읽는곰
(2020/03/25)


정치인에게 감동을 받아본 경험이 있나요? 우리는 어떨 때 정치인에게 감동을 받을까요? 다양한 상황들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진심’이란 단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가 정치인에게서 감동을 받았다면 그(녀)에게서 진심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문제는 이 단순한 게 그(녀)들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에게서 감동을 받는 일이 살면서 몇 번 안 되는 것이구요.

최근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선거와 투표에 기반한 대의제(代議制)에 호되게 당해보니 마크 트웨인이 왜 “선거로 정말 사회가 바뀔 수 있다면 선거는 벌써 불법화되었을 것이다.” 라고 비꼬았었는지 알 것 같더군요.

오늘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제 배 불리는데 급급한 정치인, 선거철이면 길목마다 시민들 갈 길 막아선 채 굽신굽신 거리다가 투표 끝나고 나면 어디 숨어 사는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인, 아무 공약이나 남발해놓고 그걸 믿고 뽑아주면 현실이 어쩌구 하며 입 싹 씻어 버리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꼬집는 그림책 한 권 소개합니다.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함께 보시죠.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생쥐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생쥐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서 4년에 한 번씩 투표를 합니다. 그런데 투표로 뽑힌 우두머리들은 죄다 투실투실하고 피둥피둥하게 살찐 고양이들 뿐입니다. 우두머리로 뽑힌 고양이들이 만든 법안들은 꽤 좋아 보였습니다.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 고양이들에게만 좋은 법이라는… 예를 들자면,

  • 쥐구멍은 반드시 고양이가 발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는 법
  • 고양이가 아침부터 쥐를 잡아먹느라 너무 기운을 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생쥐가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된다는 법

뭐 이런 정도?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자신들을 위한 우두머리를 원했던 생쥐들은 검은 고양이를 뽑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은 고양이들 대신 흰 고양이들에게 투표해 보기도 하고,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를 섞어서 뽑아 보기도 하고, 둘 다 아닌 것 같아서 얼룩 고양이를 우두머리로 선출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어요. 털 색깔과 상관 없이 고양이라면 누구나 다 생쥐를 잡아먹었으니까요. 문제는 털 색깔이 아니었던 겁니다.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4년 뒤에는 다시 흰 고양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었어.
그 다음에는 다시 검은 고양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었고.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가 두 손을 맞잡고 춤추는 이 장면에서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빨강이건 파랑이건 노랑이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제 배 채우려는 생각뿐인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생쥐 나라는 생쥐가 다스리는 게 맞으니 생쥐들 중에서 우두머리를 뽑자는 기발한 생각을 해낸 생쥐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다른 생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합니다. 그 생쥐는 감옥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들이 아닌 같은 생쥐들에 의해서…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

그럼 지금도 생쥐 나라는 고양이가 다스리고 있을까요? 그럴리가요! 생쥐나 사람을 가둘 순 있어도 생각을 가둘 수는 없는 법이죠. 결국 기발한 제안을 했던 생쥐의 생각은 부지런히 퍼져나갔고 수많은 생쥐들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생쥐 나라의 법은 고양이가 정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검건 희건 얼룩덜룩하건 상관 없이 말이죠.

잘 기억해 둬.
생쥐나 사람은 가둘 수 있어도,
생각은 결코 가둘 수 없는 법이란다.
이제는
고양이가 생쥐 나라의 법을 정하지 않아.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를 괴롭히거나 핍박할 정치인을 내 손으로 뽑게 된다는 메시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입니다.

참고로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는 캐나다의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가 1962년 의회 연설에서 소개한 우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겁니다. 똑같은 이야기로 만든 우리 그림책도 있습니다. “이것이 선거다”(토미 더글러스, 한주리 / 루아크 / 2017)라는 그림책인데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함께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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