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디에서 어떤 이웃들과 살고 있나요?

아침 저녁으로 마주치는 이웃들과 가벼운 인사 나누는 편인가요? 아니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을 즐기는 편인가요? 남자인 저야 누구하고나 가볍게 인사 나누기에 별 부담 없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그러기가 결코 쉽지 않을만큼 세상이 흉흉하다보니 이웃과 가깝게 지내자는 말 함부로 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이웃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1.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2.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는 시대, 어쩌면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려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일 수도 있는 시대에 이웃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물리적 거리를 내세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이제 이웃의 정의가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까이’라는 말을 ‘함께’로 바꾸면 어떨까요? ‘가까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 말입니다.

나에겐 어떤 이웃이 있는지, 나는 또 그들에게 어떤 이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책 두 권 함께 소개합니다. 제목 그대로 이웃에 누가 살고 있을까 호기심 가득한 한 아이의 이웃에 대한 관심을 그려낸 “옆집엔 누가 살까?”,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과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재미있게 보여준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여러분이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그림책입니다.


옆집엔 누가 살까?

옆집엔 누가 살까?

(원제: Neighbors)
글/그림 카샤 데니세비치 | 옮김 이종원 | 행복한그림책
(2020/08/10)

“옆집엔 누가 살까?”는 이사로 인해 기존의 익숙했던 관계들로부터 고립된 한 아이가 보여주는 새로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 새로운 관계의 시작에 대한 설렘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옆집엔 누가 살까?

호수길, 3번지, 2동, 12호… 새로 이사 온 집의 주소를 아이가 또박또박 읽고 외우는 동안 시선은 마을 전체에서 아이가 이사 온 아파트로, 아이가 사는 동으로, 집으로, 아이의 방으로 점점 줌인됩니다. 자신의 방을 갖는 건 처음이라며 좋아하던 아이가 자기 방 천장은 위층 누군가의 방바닥이고 자기 방 바닥은 아래층 누군가의 천장이란 생각을 하는 동안 시선은 다시 줌아웃됩니다. 위아래 집들로, 좌우 옆집들로, 그리고 아파트 전체로…

저 벽 너머로 팔을 뻗을 수만 있다면
내 손이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몰라.
그 사람과 나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는 아파트 특성상 자신과 위, 아래, 그리고 양 옆으로 나란히 살고 있는 이웃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지, 그들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니, 궁금한 게 아니라 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설렘 가득한 바람이겠죠.

옆집엔 누가 살까?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을 이웃들은 지금 이 순간 뭘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 아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을지, 나와 비슷하게 생겼을지, 모두들 집에 있긴 할지… 아이는 설렘과 호기심을 넘어 걱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웃들이 나랑 전혀 다르게 생긴 건 아닐까? 설마 이 큰 아파트에 우리 집만 있는 건 아니겠지? 내 방 너머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낯선 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밤 아이는 아이다운 상상에 빠져듭니다.

옆집엔 누가 살까?

끝없는 우주 한가운데 자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상을 하며 잠이 드는 아이, 책꽂이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또 다른 아이가 듬직한 반려견과 함께 꿈나라에 가 있네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란히 잠든 이 꼬마 이웃들은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연주하고(피아노와 플루트), 슬리퍼나 책가방 취향도 비슷하고,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니 두 아이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옆집엔 누가 살까?

그리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이사 후 첫 등교.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선 아이의 시선이 바로 옆집의 열린 문틈 사이에 멈춰 있습니다. 다음 장면은 굳이 설명 필요 없겠죠? ^^

새로 이사 온 곳은 아이를 빼고 흑백입니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이웃의 새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그림책 속 세상에서 색깔을 가진 건 오로지 아이와 아이의 고양이 인형뿐입니다. 이제 새로운 동네에서 친구도 사귀고 좋아하는 이웃과 자신만의 장소나 공간들이 생기면서 흑백이었던 동네에 조금씩 색깔이 입혀지겠죠. 이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느낄 때 엄마 아빠도 다시 색깔을 찾을 수 있을 테구요.

글과 그림을 그린 카샤 데니세비치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옆집엔 누가 살까?”는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하는군요.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며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낯선 이웃들 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여러분 주변은 어떤가요? 여전히 흑백이 더 많은가요? 아니면 알록달록 색깔들로 가득한가요?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원제: Gràcies. Història d’un veïnat)
글/그림 로시오 보니야 | 옮김 고영완 | 우리학교
(2022/04/15)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는 이웃끼리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과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용기 내서 이웃집 문을 똑똑 두드리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생길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평범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웃들이 살고 있지요. 우선 어느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왼쪽 집부터 돼지 마틸다, 올빼미 파퀴타, 거인 페페, 암탉 카밀라, 여우 마르티네스, 생쥐 펠리페, 고양이 로돌포가 살고 있습니다. 집은 여섯 채인데 왜 이웃은 일곱 명이냐구요? 올빼미 파퀴타와 암탉 카밀라네 집 사이에 있는 화분 하나 보이시나요? 화분에서 구름 위로 뻗은 건 바로 콩나무입니다. 거인이니까 당연히 콩나무 위 구름에서 살고 있는 거죠. 😂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암탉 카밀라네 집은 언제나 시끄러웠습니다. 이웃들은 카밀라가 귀가 어두워서 TV 소리를 엄청 크게 틀어 놓은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사실 그 소음은 TV 소리가 아니라 열 명의 아이들이 신나게 놀아대는 소리였습니다.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카밀라는 열 명의 아이들 키우느라 이웃과 어울릴 틈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 시끄러운 아이들을 좋아할까 싶어 조심스럽기도 했구요. 특히나 앞집 남자는 꼬장꼬장해 보여서 틀림없이 시끄러운 아이들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마르티네스의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집안 대대로 변호사였던 탓에 그 역시 변호사가 되었지만 마르티네스가 정작 하고 싶었던 건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멋진 저글링 쇼를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냉철한 변호사처럼 보였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광대로 분장하고 혼자서 쓸쓸하게 저글링을 했죠. ‘아, 관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쓸쓸한 마음으로 내다본 담장 너머엔 화가 난 거대한 용뿐이었습니다.

아… 카밀라가 이 사실을 알았으면 카밀라네 개구장이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 했을까요? 물론 마르티네스도 행복을 만끽했을 테구요.

그림책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웃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그들의 실체를 순서대로 밝혀내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카밀라에서 마르티네스에게로, 마르티네스에게서 펠리페로, 로돌포, 마틸다, 파퀴타, 페페까지. 모두 자신의 이웃을 부정적인 눈으로 보고 오해를 하지만 정작 그 오해의 대상은 집안에서 전혀 다른 모습인게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는데 그게 제법 재미있습니다. 마르티네스가 화가 난 거대한 용으로 착각했던 이웃 펠리페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얼까요? 🐉🐁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밤새 인터넷과 게임을 하던 파퀴타네 인터넷이 끊긴 걸 마틸다가 도와주면서 이 작은 마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서로 오해했던 이웃들의 다정한 실체를 마주하고 마음을 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잊었던 자신의 꿈을 되찾거나 과감히 용기를 내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거워할 수 있게 되기도 하구요.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 한 장면 한 장면이 마틸다의 카메라에 담겼고, 멋진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집니다. 영화 제목은 바로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이 영화 덕분에 우리는 이 멋진 그림책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를 만날 수 있었던 거였군요. 😄

“뽀뽀는 무슨 색일까?”,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등에서 기발함과 아이다움을 잘 보여주었던 로시오 보니아의 “똑똑, 저는 이웃이에요”, 오해와 편견으로 고립된 현대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소중함과 서로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이웃의 필요성을 전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의 한 줄 소개 그대로 수상하고, 별나고, 따뜻한 이웃 이야기 놓치지 마세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2 Comments
오래된 댓글부터
최근 댓글부터 좋아요 순으로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권원맘
권원맘
2022/05/20 11:24

재미있는 그림책 소개 잘 보고 갑니다. 제가 본 그림책인데, 새롭게 알려주신 것이 있어 다시 들춰 보게 되네요.감사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05/23 21:51
답글 to  권원맘

권원맘님 반갑습니다!
새롭게 알게 되신 내용 어떤 걸지 궁금하네요.
자주 뵈요~ ^^

2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