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원제: There’s A Ghost In This House)
글/그림 올리버 제퍼스 | 옮김 신수진 | 비룡소
(2022/06/15)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제목 ‘ㅇ’들 속에 누군가 서있어요. 위쪽 ‘ㅇ’에는 유령이 서있고 아래쪽 ‘ㅇ’에는 어린아이가 서있어요. 파란 머리에 파란 얼굴, 눈까지 동그랗게 뜨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놀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의 외침은 파란 머리 아이의 외침처럼 들리는데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요. 가까이 다가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지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저택의 하얀 문이 열리면서 빼꼼 나타나는 아이의 얼굴. 좀 전 표지에서 보았던 그 아이입니다.

안녕?
잘 찾아왔네.

책을 읽고 있는 건데, 마치 그림책을 읽는 내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어어어… 하면서 집안으로 슉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집안으로 들어서니 중앙 복도가 나옵니다. 양팔을 벌려 환영하는 아이 외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탁자 위에 말라서 시든 꽃, 흑백 분위기의 공간. 뭔가 휑하게 느껴져 더 서늘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손님이 찾아온 건 진짜 오랜만이라는 아이 말이 복도에 메아리 치듯 울려 퍼질 것 같은 좀 으스스한 분위기예요.

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건 아래쪽에 쓰인 집 소개 글입니다.

공기 순환이 잘되도록 설계한 중앙 복도입니다. 1760년에 지어진 이 멋진 저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훌륭한 장소이지요.

유령 이야기를 실감 나게 보여주기 위해 올리버 제퍼스는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고 있어요. 등장인물 외의 배경은 흑백 사진을 사용했고 반투명 트레이싱지를 활용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연출했어요. 트레이싱지를 넘기면 똑같은 장소에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고 거기에 무언가 나타나면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앞 장면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눈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펴보세요. 계단 위쪽 난간에 기대어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유령, 보이나요?

유령을 찾는 아이를 따라 저택 구석구석을 탐색합니다. 복도, 거실, 욕실, 다락방, 서재며 침실 등 곳곳을 아이를 따라갑니다. 아이와 마주할 때는 보이지 않던 유령이 페이지를 넘기면 소파 뒤, 샹들리에 위, 식탁 아래, 침대 밑에서 마치 숨바꼭질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스르르 나타나는데요. 심각한 아이 표정과 달리 유령들은 저택 곳곳에서 장난을 치거나 차를 마시거나 웃거나 즐기고 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아이와 독자 사이에서 비밀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쉿! 너만 알고 있어!’라고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요. 아이는 우리만 보고 있고, 아이가 찾는 유령은 우리에게만 보이고.

저는 이 그림책에서 네 가지 유형의 유령을 만났어요. 곳곳에서 나타는 하얀 천의 유령들, 가끔 투명해지는 파란 머리 아이도 유령처럼 느껴졌구요. 그리고 희끄무레한 천을 뒤집어쓴 듯한 그림책 표지로 보아서 오래된 고택도 유령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뒷 면지에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유령입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유령, 진짜 끝까지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유령이죠.

작가 올리버 제퍼스는 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오래된 건축 관련 서적과 가구 카탈로그를 수년간 수집하면서 오랜 시간 자료를 검토했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호기심, 거기에 유령에 대한 믿음까지 보태 이 책을 만들었다니 그간의 노고가 그림책을 통해 그대로 전해집니다.

고즈넉한 고택에서 즐기는 유령과의 한바탕 숨바꼭질 놀이 “우리 집에 유령이 살고 있어요!”,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그림책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즐겨 보세요. 우리를 부르는 이야기 속에서 유령들과 마음껏 놀아 보세요.


▶ 작가 올리버 제퍼스와 유령의 집에 놀러 가 보세요.


※ 함께 읽어 보세요: 유령, 귀신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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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이지영
2022/09/21 15:09

재미있겠어요~할로윈 그림책으로 좋아하겠어요~~저희아이가 레오,나의 유령친구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10월되면 할로윈책을 꼭 꺼내보더라구요~ 닉샤렛 영어원서랑, 해골이 딸꾹딸꾹도 원서로 갖고있고, 호박달빛도 보고 호박랜턴을 아이랑 만들어서 밤새 저희집 창틀밖에 놓은적이있어요 1층이라 ㅋㅋ 지나가던 아파트 친구들이 모여들고 그런적있었는데~이책 너무사고싶네요 올리버제퍼스 짱입니다요

김화영
김화영
2022/09/21 20:23

선생님 안녕하세요? 늘 좋은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얼마전 받았던 레터였던 것 같은데 꿈에서 맛 본 똥파리 책놀이입니다. 오?? 재밌겠다!!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잘 찾질 못해서 그런건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해보려고 개구리를 그리려는데 입벌리고 있는 개구리를 못 찾겠습니다. 연잎위에 올라가 있는 개구리 말고 입속에 던지는거요. 메가 가온빛 메일은 안 지운다고 생각했는데 메일 홍수속에서 휩쓸려 갔나봅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09/21 20:46
답글 to  김화영

안녕하세요, 김화영님.
말씀하신 레터는 지난 8월 24일에 보내드린 <가온빛 레터 플러스> 36호입니다. 다시 한 번 받은편지함과 휴지통 확인해보신 후 그래도 찾지 못하실 경우 메일 주세요. ^^

Last edited 1 year ago by 가온빛지기
김화영
김화영
2022/09/22 00:47
답글 to  가온빛지기

휴지통에도 없네요. 수고스럽겠지만 부탁드립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09/22 11:04
답글 to  김화영

김화영님,
<가온빛 레터 플러스> 36호 다시 보내드렸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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