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8/04/01
■ 마지막 업데이트 : 2022/04/01


며칠 뒤 4월 3일은 제주 4·3 70주년이라고 합니다. ‘제주 4·3’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제주도를 알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주 4·3’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도 몇 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주 4·3

짧은 제 지식으로 정리하기보다는 관련 단체들이 조사하고 정리한 내용을 인용하고, 관련 링크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제주 4·3 사건이란?

  •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함(4·3 특별법 제2조)
  •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 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 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함(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 536쪽)
  • 나무위키 제주 4·3 사건 정리

관련 링크

제주 4·3 이름 찾기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 시민들의 정신이 서려 있는 모든 역사적 사건들에는 그 근저에 깔린 정신을 상징할만한 각각의 이름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주 4·3’ 뒤에는 그를 수식하는 말이 없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아래 소개한 권윤덕 작가의 “나무 도장”에 담긴 이야기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사건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가의 폭력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거기에 얽힌 우리 시민들은 이 편에서는 빨갱이나 폭도인 사람들이 저 편에서는 내 가족이고 이웃이요, 저 편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의 가해자였던 사람들이 이 편에서는 마찬가지로 가족이고 이웃이었을 테니까요.

혼란의 역사 속에서 그저 삶을 살아갈 뿐이었던 제주 사람들. 나라를 향해 입바른 소리 한 번 했다는 죄로 산 속에 숨어 들어야 했고, 경찰이라는 이유로 매형을 토벌하러 산과 들을 헤집어야 했던 그들을 무슨 수로 선악 또는 피아의 구분으로 선을 그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번 제주 4·3 70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하니, 취임 이후 광복절과 3·1혁명 기념사에서 국민들의 편에서 엄중하고 뚜렷한 역사관을 보여줬던 문대통령의 이번 기념사 속에 어쩌면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줄만한 좋은 이름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사(내용 추가)

며칠 전 본 글을 발행하면서 이번 제주 4·3 추념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4·3의 이름을 찾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의 바램은 저보다 더 절실했겠죠. 그리고 오늘 문대통령은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염원에 화답했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사(2018/04/03)

제주 4·3 상징꽃은 왜 동백꽃일까?

강요배 '동백꽃 지다'
출처 : Daum 뉴스

동백꽃이 제주 4·3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은 제주 출신의 화가 강요배 화백이 그린 ‘동백꽃이 지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강화백이 3년에 걸쳐 완성한 제주민중항쟁사를 담은 화집 “동백꽃이 지다”의 표지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왼쪽의 사진은 강요배 화백과 ‘동백꽃이 지다’ 원화입니다. 빨간 동백꽃이 통으로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해서 화폭에 담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화백 뒤쪽으로 그림 왼쪽 위 부분에는 토벌대들의 잔혹한 폭행 장면과 피 흘리는 제주 사람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동백꽃을 제주 4·3의 상징으로 삼은 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기사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툭 떨어진 동백꽃 보거든 제주4.3을 기억해주오(한국일보, 2018/01/04)


제주 4·3 담은 그림책

무명천 할머니

무명천 할머니

정란희 | 그림 양상용 | 스콜라
(발행(2018/03/30)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무명천 할머니”는 1949년 1월 12일 토벌대의 총에 맞아 아래턱을 잃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1914 ~ 2004)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무명천 할머니’는 자신의 흉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린채 평생을 사신 탓에 생긴 별명이라고 합니다.

무명천 할머니

턱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평생을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았던 할머니가 있습니다.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진아영’ 할머니. 말을 할 수 없어 ‘모로기 할망’이라 불렸던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의 아픈 얼굴입니다.

자신의 상처를 무명천으로 가린 채 평생을 살았던 할머니. 할머니가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 가리셨다고 해서 우리 마저 할머니를 외면하거나 무섭다고 피해야 할까요? 할머니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역사이며, 따스하게 안고 보듬어야 할 우리 이웃입니다.


나무 도장

나무 도장

글/그림 권윤덕 | 평화를품은책
(발행 : 2016/02/29)

“꽃할머니”의 권윤덕 작가가 그린 ‘제주 4·3’ 이야기 “나무 도장”입니다. ‘4·3’에 얽힌 다양한 장면을 담아내려고 애쓴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나무 도장

누가 봐도 한가족으로 보이는 이 그림 한 장. 하지만 이 그림 속엔 위에서 말했던 ‘4·3’에 이름을 정하지 못한 까닭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곤히 잠든 여자 아이 시리. 엄마는 그 날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빠는 4·3 때 빨갱이로 몰릴까봐 산으로 올라가 숨어 지내다 결국엔 죽임을 당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속죄하듯 무릎을 꿇고 있는 경찰은 시리가 가장 좋아하는 외삼촌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시리의 친부모는 4·3 때 군인들에 의해 모두 돌아가셨고, 아이만이라도 지키려 했던 생모의 치마폭에서 살아난 시리를 당시 경찰이었던 외삼촌이 학살 현장에서 몰래 빼돌려서 지금의 엄마와 함게 여지껏 키워왔던 겁니다. 결국 시리가 그토록 잘 따랐던 외삼촌은 시리의 친부모를 죽인 가해자의 편에 섰었던 사람입니다.

이들 중에 누가 선한 사람이고 누가 악한 사람일까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이념의 색깔로 구분 짓고 그들을 폭력으로 내몰았던 무능의 국가만이 이 참담한 현실에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책임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잘못된 과거에 대한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테구요.


제주도 -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 바람을 품은 섬

허영선 | 그림 이승복 | 파란자전거
(발행 : 2010/12/06)

제주 시인 허영선 작가가 쓴 “제주도 – 바람을 품은 섬”은 ‘4·3’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고, 제주도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 중에 ‘4·3’의 한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도 - 바람을 품은 섬

제주 4·3 평화공원 가는 길.
아름답지만 슬픈 길.
죄 없는 사람들 살기 위해 도망치던 길.
아이들도 캄캄한 동굴 속에서 오들오들 떨었지.
북촌리 옴팡밭, 무등이왓…….
콸콸 떨어지는 정방폭포 물보라 속.
찬란한 풍광 뒤엔 아픈 역사 없는 곳 없네.


동백꽃이 툭,

동백꽃이 툭,

김미희 | 그림 정인성, 천복주 | 토끼섬
(2022/03/10)

꼬마 섭이가 누나가 좋아하던 동백꽃을 아무 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한 송이 한 송이 내려놓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꼬마 섭이가 우리들에게 호소합니다. 그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 달라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그들을 위해 마음으로나마 헌화해 달라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한을 잘 풀어달라고…


영화 “지슬”

지슬
출처 : 나무위키

2013년 4월 홈스쿨링 하던 딸아이와 함께 본 영화 “지슬”. 이 책 저 책에서 스치듯 접했던 얄팍한 지식으로 영화 보러 가던 차 안에서 딸에게 설명해주던 저 역시도 ‘제주 4·3’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채 스크린 앞에 앉았었고, 영화 보는 내내 받았던 충격과 보고 나서의 먹먹함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주도 출신의 감독과 배우들이 제주도 사투리로 만든 영화는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자막이 입혀져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실화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졌다는 이유를 빼고라도 영화적으로도 참 잘 만든 영화입니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을 정도라면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겠죠? 이 외에도 많은 상을 받은 영화 “지슬”은 앞서도 말했듯이 제주도 출신의 오멸 감독의 작품입니다. “뽕똘”, “하늘의 황금마차” 등 그의 필모그래피 정주행을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만큼 매력 있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는 ‘제주 4·3’ 사건이나 이념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순수한 집착,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어이없는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빚어지는 잔혹한 순간과 아픔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무슨 일을 당하는지조차 깨달을 새 없이 군인들에게 짓밟히는 어린 순덕, 마음에 품었던 순덕이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채 어둠 속을 달리고 또 달리는 만철. 이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마는 두 장면은 나를 지킬 힘도, 사랑하는 이를 지켜줄 힘도 없었던 당시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며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에 즈음하여 거친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수난의 세월을 보냈던 제주 사람들과 그들의 역사에 대하여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내 것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몇 권의 책들과 영화를 통해 평화에 대한 생각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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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room
kooroom
2018/04/04 15:23

지슬이 제주도 사투리로 ‘감자’라는 뜻이래요. 이 영화 보기전엔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어요. 사실 그때도 그런가보다. 정도였는데 결혼하고 애기도 생기고 하니 제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 큰 희생을 치루고 존재하게 되었음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아프고 그러네요.

이 선주
Editor
2018/04/06 14:54
답글 to  kooroom

영화 보러 가면서 기슭이란 뜻인가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이 많이 시렸던 기억이 납니다.
쿠룸님, 제주도 영모원 희생자 위령비 뒷면에 이런 구절이 써있다고 해요. ‘지난 세월을 돌아 보면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뜻으로, 모두가 이 빗돌을 세우나니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 이제야 비로소 지극한 슬픔의 땅에 지극한 눈물로 지극한 화해의 말을 새기나니… 섬나라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은 모두 한번쯤 여기 와서 고개를 숙이라’,

쿠룸
쿠룸
2018/04/16 15:10
답글 to  이 선주

다음에 제주도 가게되면 꼭 들러봐야겠어요- 항상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전정숙
전정숙
2018/04/09 13:36

너무 아픈 역사입니다. 내일 고양시 동네친구 그림책 모임 에서 제주 4.3에 대한 그림책 나눌 예정입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는 계기가 되겠죠.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18/04/09 13:41
답글 to  전정숙

혹시 모임에서 제주 4.3에 관한 그림책들 더 소개된다면 가온빛지기들에게도 공유해 주세요.
내일 모임 좋은 시간 되시길! ^^

전정숙
전정숙
2018/04/09 13:50
답글 to  가온빛지기

예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책은 위에 소개된 입니다. 소개된 책들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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