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간을 3년이나 기다린 그림책 두 권

지난 주엔 2년이 넘도록 새 그림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열여섯 명의 작가들을 독자분들에게 신고했었죠(새 그림책이 기다려지는 우리 작가들). 오늘은 ‘이 책은 국내 출간되면 무조건 구입!’이라고 느낌이 확 왔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들여오지 않은 그림책 두 권을 신고해볼까 합니다(흠, 이번 글도 반응이 괜찮다면 앞으로 ‘신고 시리즈’ 계속 밀어볼까 목하 고민중입니다 ^^).

한 권은 말라 프레이지에게 2015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메달을 안겨준 그림책 “The Farmer and the Clown”입니다. 이해가 안되는 건 말라 프레이지는 2009년, 2010년 연거푸 칼데콧 명예상에 이름을 올렸을만큼 북미에서는 아주 핫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영 인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2017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의 원작자(“우리 집 꼬마 대장님”)라고 하면 ‘아~!’ 하고 아는 척 할 수도 있겠지만 “롤러 코스터”의 작가라고 하면 ‘아……. 네…….’하고 말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온빛에서도 국내 출간된 그녀의 그림책들을 몇 권 소개했었는데 매번 전혀 반응이 없어서 가온빛지기들 모두 의아해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 권 한 권 모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아직 말라 프레이지의 그림책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면 가온빛지기 믿고 꼭 찾아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또 한 권은 한국계 미국인 Joohee Yoon의 그림책 “The Tiger Who Would Be King”입니다. Joohee Yoon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등 해외 정기간행물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안경 가게 Warby Parker 뉴욕 매장을 그녀의 멋진 그림들로 가득 채우기도 하는 등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구글링해보니 국내 활동(2017년 나미콩쿠르에서 수상)도 있었더군요. 그녀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포트폴리오 한 번 감상해 보세요. 과감한 표현과 강렬하고 힘찬 색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소장하고 싶어지는 그림들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The Farmer and the Clown”은 2014년에, “The Tiger Who Would Be King”은 2015년에 각각 출간되었는데 아직까지 한국판은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The Farmer and the Clown
책표지 : Daum 책
The Farmer and the Clown

글/그림 말라 프레이지 | Beach Lane Books
(발행 : 2014/09/23)

※ 2015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한적한 시골 마을. 나이 지긋한 농부가 일손을 멈추고 잠시 쉬며 멀리 지나가는 서커스 기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덜컹하며 기차가 흔들리더니 누군가 기차 밖으로 떨어집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달려간 농부는 그 자리에서 어린 꼬마 광대와 만나게 됩니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지평선과 그 위로 떨어지는 태양. 하는 수 없이 농부는 꼬마 광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함께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얼굴은 온통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입가엔 커다랗게 가짜 미소가 그려져 있었기에 농부는 꼬마 광대의 진짜 표정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세수를 하고 난 꼬마 광대의 얼굴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족을 잃어버리고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꼬마는 밤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침대 발치에서 밤새 꼬마 곁을 지켜준 농부의 마음도 무겁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지금껏 점잖았던 농부가 돌변합니다. 겁 먹고 주눅 든 아이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내복 바람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재주를 피워대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손님과 지금껏 늘 혼자였던 주인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조금씩 더 다가갑니다.

농부는 아이에게 농사 짓고 가축을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이는 농부에게 저글링과 웃음을 가르쳐 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마치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꼬마 광대의 가족들이 찾아오고, 농부와 꼬마 광대는 이별을 합니다.

The Farmer and the Clown

함께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막상 떠나고 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고 그리워지는게 바로 가족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남겨진 꼬마 광대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을 겁니다. 그리고 줄곧 혼자 지내왔던 농부 역시 꼬마 광대가 떠나고 난 후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리움엔 다시 만남을 향한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함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말라 프레이지의 인생 그림책 “The Farmer and the Clown”입니다.


The Tiger Who Would Be King
책표지 : Daum 책
The Tiger Who Would Be King

글 James Thurber | 그림 Joohee YoonEnchanted Lion Books
(발행 : 2015/10/14)

※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작가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가 쓴 우화를 Joohee Yoon 작가가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그림책입니다. 제임스 서버라는 이름은 낯설지도 모르지만 아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제임스 서버가 1947년에 발표한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라는 단편입니다.

“The Tiger Who Would Be King”은 새로운 왕이 되고 싶은 호랑이와 왕좌를 지키려는 사자의 싸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숲 속의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과 전쟁의 무익함, 권력에 대한 욕망의 부질 없음을 풍자한 이야기입니다.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Joohee Yoon 작가가 새로운 생명령을 불어넣었습니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과감한 색감의 일러스트에서 뭔가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 이야기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The Tiger Who Would Be King

The Tiger Who Would Be King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위해서 싸우는 거지?”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죽는 거야?”

왕좌를 지키려는 자, 왕좌를 빼앗으려는 자 사이에서 권력을 향한 욕망의 희생양이 된 동물들의 공허한 절규. 처절한 싸움의 결말은 호랑이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의 죽음입니다. 이제 숲에는 호랑이뿐입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왕좌에 올랐지만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그의 머리에 얹어진 왕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들의 숲 속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혼자 남아서 왕이 된 호랑이 역시 승자가 아닙니다. 이 그림책의 유일한 승자는 오래 묵은 이야기에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작가 Joohee Yoon 아닐까요?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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