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 순수함이나 아련함 등이 떠오르곤 합니다. ^^

아직 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처음인 것이 너무나 많지요. 엄마 아빠 없이 첫 심부름 가던 날,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날, 처음 친구를 사귀게 된 날…..  처음으로 혼자 무언가를 해냈을 때 알게되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용기가 됩니다.

오늘의 테마는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을 담고 있는 그림책 모음’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경험으로 한 뼘 자랐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응원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이슬이의 첫 심부름

이슬이의 첫 심부름

글 쓰쓰이 요리코 | 그림 하야시 아키코 | 옮김 이영준한림출판사
(발행일 : 1991.03.01)

다섯 살 이슬이는 오늘 처음으로 엄마 심부름을 가게 되었습니다.

우유 좀 사다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나도 이제 다섯 살인걸.’하고 자신만만하게 길을 나섰지만 심부름하러 가는 길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쌩- 하고 지나치는 자전거에 가슴이 철렁, 언덕길을 오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팠죠.

이슬이의 첫 심부름

굴러간 동전을 찾아 간신히 가게까지 갔지만 어쩐일인지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아 쩔쩔매던 이슬이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우유를 달라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그제서야 돌아본 가게 아주머니의 눈과 이슬이의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가슴은 쿵쾅쿵쾅,
눈에서도 끔뻑끔뻑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에서도 소리가 날 것 같다는 표현, 이슬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이슬이가 무사히 우유를 사고 거스름 돈까지 챙겨서 돌아오는 언덕길 아래에는 엄마가 동생을 안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처음으로 심부름을 가는 길, 익숙했던 모든 것이 낯설어 보이고 두렵게 느껴지는 아이의 마음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책 “이슬이의 첫 심부름”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세상 모든 이슬이 또래 아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원제 : Visst Kan Lotta Cykla)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그림 일론 비클란드 | 옮김 햇살과나무꾼 | 논장
(발행일 : 2014.06.30)

뭐든지 언니 오빠랑 똑같아지고 싶은 다섯 살 로타는 언니 오빠처럼 두 발 자전거가 못 견디게 타고 싶었어요. 생일 선물로 꼭 받고 싶었던 두 발 자전거를 받지 못하게 되자 로타는 이웃집 베리 아줌마의 창고에서 자전거를 훔치기로 했죠. 로타가 다루기에는 너무 큰 베리 아줌마네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라 상자를 딛고 간신히 자전거에 올라탔어요.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바람을 쌩쌩 가르며 자전거가 빠르게 언덕길을 내려가자 로타는 덜컥 겁이나 멈추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살려달라고 소리까지 질렀지만 결국 자전거는 베리 아줌마네 울타리를 들이받고서야 멈추었답니다. 피 때문에, 이마에 난 혹 때문에 그리고 자전거를 훔쳤다는 사실 때문에 로타는 엉엉 울었어요. 하지만 베리 아줌마는 용서를 비는 로타를 치료해 주고 이렇게 큰 자전거는 아직 위험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시무룩해진 로타가 울타리에 앉아 언니 오빠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멀리 아빠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빠는 로타한테 딱 맞는 작은 두 발 자전거를 끌고 오고 계셨어요. 오빠가 잡아주는 자전거를 타면서 로타는 무엇보다도 기뻤습니다.

언니 오빠처럼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당돌하면서도 당찬 로타의 마음을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 “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보란 듯이 두 발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글에 일론 비클란트의 일러스트가 아주 멋지게 어울리는 그림책입니다.


할머니 집 가는 길

할머니 집 가는 길

(원제 : Willie’s Walk)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 그림 하야시 아키코 | 옮김 이향순 | 비비아이들
(발행일 : 2005.11.05)

할머니 집에 오라는 전화를 받은 아이는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혼자 집을 나섰어요.  집 앞 길을 곧장 걸어가서 들길을 똑바로 똑바로 걸어 오라는 할머니 말씀을 듣고 길을 나선 아이는 꽃도 만나고 나비도 만나고 산딸기도 만나고 작은 개울도 만납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생각했어요.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하지만 용기를 내어 가던 길을 계속해서 나아갔어요.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죠. 할머니 집에 다왔나 싶어 들여다 보니 마굿간, 개집, 벌통…… 두려운 마음에 도망가다 보니 할머니 집이 나왔어요. 할머니를 크게 부르며 달려가 폭 안기는 아이, 그런 손주가 마냥 사랑스러운 할머니.

할머니는 오늘 왜 손주를 부르셨을까요? 혼자 먹기엔 아까운 커다란 케이크를 구우셨거든요. 물론 케이크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 할머니의 맛난 케잌을 한 접시 받아든 아이도 할머니께 선물을 드렸어요. 할머니 집 오는 길에 딴 꽃 한 송이, 산딸기. 주고받는 두 사람의 마음이, 그리고 그 모습이 참 흐뭇합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할머니 집 가는 길, 혼자만의 모험을 마친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대견해 보입니다.


누구랑 가?

누구랑 가?

백미숙 | 그림 서현 | 리틀씨앤톡
(발행일 : 2014.9.22)

처음 학교 가는 길,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림책 표지 속 잔뜩 움츠러든 어깨와 표정이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아이는 혼자 학교 가는 길에서 그날 자신의 마음에 따라 같이 가는 동물이 누구일지 상상을 해보았어요. 덕분에 학교 가는 길은 거북이, 뱀, 병아리, 나비 등의 친구들이 아이와 함께 해줍니다. 그런 아이에게 가장 즐거웠던 날은 바로 손잡고 재잘재잘 떠들면서 함께 갈 친구가 생긴 날입니다.

학교 가는 첫 날부터 친구를 사귀기까지 등굣길에 겪는 아이의 마음을 잘 담아낸 그림책 “누구랑 가?”, 아이의 마음에 따라 함께 가는 동물을 다르게 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 “누구랑 가?” 리뷰 보기


혼자 집 보는 날

글/그림 모리 요코 | 옮김 김영주 | 북스토리아이
(발행일 : 2014.12.30)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전화를 받은 엄마는 아짱 혼자 집에 남겨두고 급하게 할머니 댁에 가셨어요. 아짱은 엄마에게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엄마가 나가자 집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혼자 집 보는 날

간식도 먹고 놀이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어쩐지 자꾸만 조용한 집 안이 으스스하게 느껴집니다.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갔던 아짱은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소리에 놀라 탁자 속으로 기어 들어가 숨었어요. 아짱이 탁자 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함께 있던 곰인형과 마트료시카 인형이 아짱을 달래줍니다.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주방 기구들이 녹슬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라고, 채소들이 더 맛있어지기 위해 체조를 하는 소리라고 말이죠. 살며시 밖을 보니 주방에서 주방 도구들과 채소들이 몸을 흔들고 튕기면서 즐겁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달그락달그락, 콩콩.
열심히 움직이자! 녹이 슬지 않도록.
보글보글, 지글지글.
도와주자! 맛있어지도록.
빙글빙글, 말캉말캉.
열심히 저어서, 맛있어져라!

그 모습을 본 아짱도 탁자 밑에서 나와서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놀다보니 어느새 엄마가 돌아오셨습니다. 엄마가 서둘러 만들어 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짱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큰소리 쳤지만 막상 혼자 남으니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엄마가 언제 오실지 시간은 느리게만 지나갑니다. 무서움이 극에 달하자 익숙했던 집안의 모든 물건들 조차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던 아짱이 용기를 내 자신만의 시간을 신나게 보낸다는 이야기를 담은 “혼자 집 보는 날”, 처음으로 집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며 보내는 아이의 마음을 멋진 그림과 함께 환상적으로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

혼자 버스를 타고

(원제 : L’ Autobús)

글/그림 마리안 뒤뷕 | 옮김 선우미정 | 느림보
(발행일 : 2014.07.18)

“엄마, 안녕! 다녀올게요!”

차창 밖 엄마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는 오늘 혼자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길입니다.

혼자 버스를 타고

버스 안에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타고 있어요. 아이를 위해 예쁜 꽃 한 송이를 선물한 염소 아줌마도 있고 가족과 함께 버스에 탄 꼬마 늑대도 있었죠. 버스는 숲길을 지나 컴컴한 터널을 지나갑니다. 그림책이 한 장 한 장 지나가면서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표정도 동작도 조금씩 바뀝니다. 내리는 손님도 있고 새롭게 버스에 타는 손님도 있구요. 정거장 세는 걸 깜빡했지만 엄마랑 여러 번 와봤던 기억을 되살려 아이는 무사히 정거장에 내렸어요. 그리고는 마중 나온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면서 자랑스럽게 외칩니다.

“할머니, 할머니!”
“저 혼자 버스 타고 왔어요! 혼자서요!”

혼자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 마냥 기쁘고 자랑스럽고 뿌듯한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

살짝 두렵기도 하고 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는 아이의 마음을 대신해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을 다양한 동물로 비유해 보여주는 그림책 “혼자 버스를 타고”, 버스처럼 길쭉한 판형에 페이지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장면을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까지 갖춘 이 그림책은 홀로 버스를 타고 나선 아이의 마음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려냈습니다.


우산

우산

글/그림 야시마 타로 | 옮김 정태선 | 미래M&B
(발행일 : 2001.08.23)

※ 1959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세 살 되던 날 생일 선물로 빨간 장화와 우산을 받은 모모는 매일 아침 비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하지만 매일같이 햇빛 쨍쨍 눈부신 날만 계속 되자 모모는 우울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어요.

우산

아주아주 많은 날들이 지난 후에 마침내 비가 내렸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장화를 신고 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간 모모에게 비 내리는 거리의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어요. 내리는 빗방울들은 마치 작은 사람들이 춤추는 것처럼 보였구요.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 처럼 들렸어요. 모모는 장갑이나 손수건은 자주 잊어버렸지만 우산만큼은 절대 잊지 않고 잘 챙겼습니다. 유치원이 끝나고 아빠와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도 내내 비가 내렸어요. 그리고 우산 위에서 빗방울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했구요.

모모는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고,
이 이야기를 더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모가 이 이야기를 기억하든 안 하든,
이 날은 모모의 일생에서
처음으로 우산을 쓰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지 않은 채
혼자 걸어갔던 날이었습니다.

멋진 선물을 받고 잠 못 이룰만큼 설레고 기뻤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우산”은 1959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멋진 선물을 들고 유치원에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을 반복해 그려내 그 특별한 느낌을 더욱 잘 살려낸 “우산”은 오래전 어렴풋한 추억을 아득하면서도 아련하게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어떡하지 - 앤서니 브라운

어떡하지?

(원제 : What if…?)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 옮김 홍연미웅진주니어
(발행일 : 2013.08.13)

처음으로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된 조는 생일 초대장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엄마와 함께 친구의 집을 찾아 보기로 했어요. 이웃집 창문을 기웃거리며 친구 집을 찾는 조의 마음 속에는 온통 걱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파티에 모르는 애가 있으면 어떡하지, 싫어하는 음식들만 있으면 어떡하지, 아이들이 무시무시한 놀이를 하면 어떡하지, 마침내 새파랗게 질려 그냥 돌아가겠다 마음 먹은 순간 친구의 집이 나왔습니다.

조는 생일 파티에 무사히 들어갔지만 두 시간 뒤 조를 데리러 오겠다 말하고 돌아섰던 엄마 마음 역시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조가 괜찮을지, 혹시나 속상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구요.

하지만 두 시간 뒤 조를 데리러 갔을 때 환한 얼굴을 한 조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정말 재미있었어요!

처음으로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된 조의 두근거리면서도 두려워하는 마음, 처음을 아이를 떨어뜨려 본 엄마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그림책 “어떡하지?”, 조의 마음을 엄마와 함께 들여다보는 이웃 집 풍경에 고스란히 재미있게 담아냈습니다.

“어떡하지?” 리뷰 보기


한밤중의 화장실

한밤중의 화장실

글/그림 마루야마 아야코 | 옮김 강방화 | 한림출판사
(발행일 : 2012.10.19)

방울이는 한밤중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지만 동생이 갑자기 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혼자 화장실에 가게 됩니다. 화장실까지 이어지는 어두컴컴한 복도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방울이에게 고양이 인형이 괜찮다 달래주었어요. 방울이가 용기를 내 화장실까지 가보려 했지만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무서웠어요.

가까스로 화장실에 도착해 볼일을 마쳤지만 휴지가 없었어요. 그때 화장실에 있던 동물 친구들이 방울이를 도와주었어요. 토끼가 휴지를 내려주었고 너구리는 손 씻는 것을 도와주었죠.

어린 방울이의 마음처럼 무섭고 두려웠던 어두컴컴한 복도 풍경과 달리 환한 노란 불빛으로 가득한 한밤의 화장실에는 방울이를 도와줄 동물 친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어요. “한밤중의 화장실”은 한밤중 혼자 화장실에 가게 된 아이의 마음을 판타지 세계와 적절하게 섞어 예쁘고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방울이를 도와준 화장실 안 동물 친구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일지 그림책으로 확인해 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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