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원제 : Livredd I Syden)
글/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책빛
(발행 : 2020/07/30)


커다란 아빠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이쪽을 돌아보는 작고 여린 아이, 동그란 안경 속 작은 눈빛이 어딘가 불안해 보입니다. 그와 달리 아이를 업고 있는 아빠는 무척이나 신나 보여요. 양손에 가볍게 든 여행 가방,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 이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라면 세상 어디라도 성큼성큼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예요.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의 그림책 제목 속에서 ‘작고’와 ‘커다란’이라는 단어 둘이 충돌합니다. 표지 그림 속 아빠의 이미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고’, 이 단어는 왜 제목에 들어간 걸까요?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바닷가에서 아빠와 보내는 여름휴가, 아빠는 잔뜩 신이 났지만 아빠와 달리 마야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요. 즐겁게 놀아보자며 아이처럼 흥분한 아빠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어린 마야는 낯설고 사람 많은 휴가지의 모든 것이 두렵고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조차도 혼자 사 먹지 못할 만큼 마야는 아빠 없이 혼자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아빠가 마야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 위에 앉혔다. 아빠의 발아래로 하얀 파도가 부서졌다. 아빠의 어깨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 가득한 아빠와 달리 눈여겨 살펴봐야만 찾을 수 있는 한쪽 구석에 숨은 듯 자리 잡은 마야. 그림만으로도 둘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성격이 달라도 너무너무 다른 부녀, 마야는 아빠 성격을 조금도 닮지 않았나 봐요.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껌딱지처럼 아빠 곁에 들러붙어있던 마야가 아빠와 헤어진 건 함께 동물원 구경을 나섰을 때였어요.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잠시 한 눈 판 순간 사라진 아빠. 마야는 이제 혼자가 되었어요. 물론 아빠 역시 혼자가 되었죠. 두려움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이 낯선 땅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마야는 무사히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마야와 아빠가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이야기의 중심이 마야의 시각으로 옮겨집니다. 딸이 없어진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방금 전까지 마야 곁에서 거대하고 호기로웠던 아빠는 사라지고 아이처럼 울부짖는 나약한 아빠만 남았어요. 아빠는 여행지 곳곳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마야를 찾아다닙니다.

그렇다면 홀로 남겨진 마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마야 역시 아빠를 찾아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그러는 사이 차츰 이성을 되찾았고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마야는 신문을 보는 아빠 옆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혼자라도 두렵지 않았다.
곧 아빠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행동이 앞서는 아빠, 생각이 앞서는 마야.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이했을 때도 둘은 이렇게나 달라요.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아빠 없이 혼자서는 사 먹을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아이스크림을 사서 찬찬히 바닷가로 걸어가고 있을 때 마야 눈에 들어온 건…… 밀려드는 절망감과 슬픔에 그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아빠였어요. 그런 아빠를 마야가 차분하게 위로합니다. 작고 커다란 아빠의 의미가 확 와닿는 순간이에요. ^^

이 장면에서 아이에게 위로받았던 순간들의 내 모습이 떠올라 내 마음도 뭉클해졌어요. 늘 어리다고 서툴다고 생각했던 내 곁의 작은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지 생각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 다들 있지 않나요? 차분하게 엄마 아빠를 위로하는 아이, 작은 말 한마디로 세상 근심 걱정 다 덜어주는 아이. 그뿐인가요. 때론 그저 ‘엄마’하는 말 한마디에 ‘아빠’하고 부르는 소리에 위로받았던 경험이 있을 거예요. 마야에게 폭 안겨있는 아빠 표정에서 그런 순간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새삼 생각나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늘 여리고 두려움 많았던 마야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요? 안 무서웠냐고 묻는 아빠의 질문에 마야는 이렇게 답을 했어요.

“마야, 넌 안 무서웠니?” 아빠가 물었다.
“네, 별로요.
아빠를 꼭 찾을 거라고 믿었어요.”

가장 두려운 순간 마야를 이끈 용기는 아빠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왜 이리 뭉클해질까요? 아빠의 사랑을 알고 있었기에, 분명 아빠가 나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마야는 무섭지 않았겠지요.

감각적 색감, 개성 강한 캐릭터, 감정에 따라 크기와 색채를 달리한 구성, 스토리를 따라 흐르는 듯 그려진 화려한 장면들. 마리 칸스타 욘센의 매력이 그림책 구석구석 가득한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장면들을 따라가며 아빠가 어디에서 마야를 찾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커다란 웃음 포인트가 될 거예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고립 아닌 고립과 결핍을 장기간 경험해야만 하는 요즘 그녀의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해 보세요. 팍팍한 현실을 뒤로하고 남쪽 이국땅으로 멀리 마야를 따라 상상 여행을 떠나보는 거예요. 거기 어느 바닷가에서 오늘 하루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딸바보 아빠를 상상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마음이 자라날 어여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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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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