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무

우리 집 뒷마당에는 어린 자두나무가 서 있어요.
나는 물을 주며 그 나무가 크고 단단해지는 것을 지켜봐요.
그럴 때마다 나는 꼭 고향에 와 있는 것만 같아요.

주인공 아이가 새로 이사한 집 뒷마당에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살 때 마당에 있던 감나무를 생각나게 하는 그 나무는 자주색 자두가 조랑조랑 열리는 자두나무였습니다. 아이는 나무에게 ‘자두랑’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낯선 땅 미국에 막 도착한 아이에게 자두랑은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고향에 있는 집과 친구들이 그리울 때마다 자두랑에게 매달렸고, 자두랑은 늘 아이 마음을 아늑하게 해 주었죠.

그러던 어느 봄날 밤 몰아친 폭풍우에 자두랑이 쓰러지고 맙니다. 하지만 자두랑은 뿌리가 뽑힌 채 쓰러져서도 여전히 아이의 놀이터가 되어 줍니다. 트리 하우스가 되고 로켓도 되고 섬이 되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 모습에 이끌린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어 다 함께 즐겁게 놀기도 했고요. 자두랑이 자기 자리를 대신할 새 친구들을 아이에게 데려다 준 셈입니다.

하지만 아이들 안전을 염려한 어른들이 쓰러진 자두나무를 치워 버립니다. 자두랑이 없어지자 아이는 모든 게 다르게만 느껴집니다. 이제 더는 하얀 꽃도 없고, 푸르른 그늘도 없고, 자주색 자두도 휘바람 부는 바람도 없고, 꼭꼭 숨을 만한 장소도 없습니다.

자두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를 위해 아빠는 아직 어려서 키가 작고 꼿꼿한 새 자두나무를 자두랑이 있던 자리에 심어 주었습니다. 아이는 새 자두나무에 물을 주고 흙을 다독여 주며 ‘이 나무가 자신이 뿌리를 뻗어 나가는 이 자리에 오래된 나무가 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궁금해 합니다.

또 다시 어느 봄날 아이는 새 자두나무에서 피어난 꽃을 발견합니다. 가지마다 새하얀 꽃들을 활짝 피운 채 산들바람 사이로 호젓하게 서 있는 새 자두나무. 아이는 새 자두나무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새 자두나무도 아이도 그곳에 자신의 뿌리를 뻗어 내리고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갑니다.

마음 붙일 곳 없는 낯선 곳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 애쓰는 한 아이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 그림책 “나의 나무”는 고향을 떠나 그리움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나의 나무

나의 나무

(원제: My Tree)
그림 나일성 | 글 임양희 |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2023/02/15)

작가들의 이름은 분명 한국 이름인데 그림책 제목 바로 아래 영어 원제가 표기되어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 하지 않으셨나요? 두 작가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서 태어나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다는 점입니다. 나일성 작가는 영국에서, 임양희 작가는 미국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며 자기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의 나무”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그린 작품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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