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개와 함께 살고 있나요? 저나 아내는 어린 시절 개와 함께 했던 좋은 추억들이 있는데, 정작 딸아이 어릴 때는 그 좋은 경험을 안겨주지 못했네요.

2020년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638만 가구에서 86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인데요. 아마도 그중에서 개와 고양이 특히 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문제는 많이들 키우는 만큼 사건 사고도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유기견 문제나 반려인의 잘못으로 맹견으로 낙인 찍혀버릴 수밖에 없는 개 문제들은 늘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사랑입니다. 올해 나온 반려동물을 다룬 그림책들 중에서 ‘개’를 다룬 다섯 권의 그림책 함께 보며 내 오랜 친구 강아지에 대한 여러분의 애정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 - 숀탠

(원제: Dog)
글/그림 숀탠 | 옮김 김경연 | 풀빛
(2022/05/30)

2020년에 출간되었던 “이너 시티 이야기”(숀탠 / 풀빛)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스물다섯 가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각각의 동물 이야기들이 그림책 한 권으로 나와도 숀 탠의 팬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중에서 개에 관한 이야기만 따로 떼어낸 것이 바로 이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나는 너에게 막대기를 던졌다.
너는 막대기를 도로 가져왔다.
나의 손이 너의 귀를 쓰다듬었다.
너의 코가 내 무릎 뒤쪽을 스쳤다.
어느새 우리는 나란히 걷고 있었다.
마치 언제나 나란히 걸었다는 듯이.

일정한 거리를 사리에 두고 인간과 개가 서로 등을 돌린 채 서 있습니다. 장면이 바뀌어도 그 구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개와 사람 사이의 거리 역시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일정합니다. 바뀌는 것은 사람과 개, 그리고 배경입니다. 아마도 숀 탠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문명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사람과 개의 오랜 유대관계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등을 돌린 채 서로 반대 방향을 응시하던 사람과 개는 마지막 장면, 마침내 현재 시점에 이르렀을 때 돌아서서 서로를 마주 봅니다. 서로에게 다가가 부둥켜안습니다. 그리고 함께 나란히 걸어갑니다.

언제나 묵직한 그림으로 생각해 볼 거리들을 전하는 숀 탠은 아래와 같은 후기로 개에 대한 애정을 전합니다.

개들의 순수한 충성심과 낙관주의는 언제나 우리 인간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우리 인간은 너무나 자주 그 고결한 길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불안스레 질문합니다. 우리 지구가 어떤 미래를 만나든, 어떻게 바뀌든, 비극적이거나 종말론적인 것이 되든, 우리 곁에 머무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촉구하는 개가 없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 작가 후기 중에서


개를 원합니다

개를 원합니다

(원제: Je veux un chien et peu importe lequel)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이주희 | 논장
(2022/02/25)

“개를 원합니다”는 ‘어떤 개든 상관없음’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개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키티 크라우더 특유의 과감한 선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성과 기발함이 만들어낸 수많은 개와 반려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말이죠.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믹스견을 입양하지만 품종견만 키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망신을 당하자 그토록 원했던 개를 내쫓는 아이, 자신의 행동을 곧 후회하고 다시 개를 데려온 후 둘 사이의 교감이 이뤄지자 그 어떤 품종견보다도 자신의 개를 사랑하게 된다는 짤막한 이야기 속에 키티 크라우더는 다양한 메시지를 재미있게 담아냅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 품종견만 고집할 필요 없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그냥 재미있기만 한 게 아니라 다양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등과 같이 개를 키우는 것과 관련된 메시지들 뿐만 아니라 자기 긍정을 통해 차별에 맞서는 법,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가 나를 좋아하거나 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들도 담겨 있습니다.


걷는 사이

걷는 사이

(원제: Musse)
글/그림 에바 린드스트룀 | 옮김 신동규 | 위고
(2022/04/30)

“걷는 사이”는 어린 아이가 ‘무세’라는 이름의 나이 든 개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그 짧은 여정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찌든 일상의 것들이 다 부질 없다 싶고, 뭐 그런 일로 굳이 화를 냈을까 싶기도 하고, 사소하게만 여겼던 일상의 삶들이 내 인생에 의미를 찾아가는 소중한 조각들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아이와 반려견의 산책의 결말에는 귀여운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미 보신 분은 이 글 읽으면서 또 한 번 얼굴 가득 미소 짓고 계실 겁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엔딩 보면서 잔잔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면 제게 항의하셔도 좋습니다. 😅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

(원제: I’m Not Missing)
카셸 굴리 | 그림 스카일라 호건 | 옮김 정화진 | 국민서관
(2022/06/17)

“부끄 꼬미 왔어요”(국민서관 / 2021)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카셸 굴리와 스카일라 호건이 이번엔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그림책 “난 잃어버린 개가 아니야”를 내놓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짤막한 시트콤 같은 그림책입니다.

반려견에 대한 넘치는 사랑에서 비롯된 반려인들의 다양한 행동들에 대해서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면 자기 주인이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반박하며 가출한 강아지 러프가 벌이는 재미난 이야기들. 보고 있자면 ‘아, 저런 건 우리 집 강아지도 정말 싫어할 것 같긴 하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더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나는 여전히 자유로운 늑대랍니다.
대신 조금씩 양보하면 사이가 좋아질 수 있어요.

결말은 모두 다 예상하시는 대로 해피엔딩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반려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 그것보다는 가출한 후 자꾸만 반려인이 그리워지는 탓에 강아지가 결국 집으로 돌아갔거든요.


우리는 단짝

우리는 단짝

(원제: My Best Friend)
글/그림 미겔 탕코 | 옮김 김세실 | 나는별
(2022/06/07)

유튜브에서 아기들과 반려견이 함께 지내는 모습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강아지들에게 무한 사랑 보내주는 아기들의 사랑스러운 모습, 그런 아기들 다정하게 돌보며 충직한 눈망울에서 꿀물 떨어지는 강아지들. “우리는 단짝”은 딱 그런 영상들 같은 그림책입니다.

나에게는 어디든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힘이 솟아.
세상에 두려울 게 없어.

책표지에서부터 모든 페이지마다 모두 다른 아이들, 다른 강아지들이 등장합니다. 개들의 품종도 모두 다르니 하나씩 찾아보며 어떤 품종의 강아지인지, 아이와 반려견이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참고로 이 그림책은 미겔 탕코가 마리아 칼만의 “Beloved Dog”, 에밀리 그래빗“네가 좋아(Dogs)”(어린이작가정신 / 2010), 두 권의 그림책의 팬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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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John
2022/07/15 09:20

좋은 소개 글들 고맙습니다~^^

이 선주
Editor
2022/09/06 20:00
답글 to  John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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