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이고 인생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이미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은 분 있나요? 어쩌면 나만의 답을 찾아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삶과 인생, 그 희로애락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명언(?) 중에서 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짤막한 한 줄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이 그 중 하나고, 또 하나는 ‘젊은이는 소망으로 살고, 노인은 추억으로 산다.’ 는 프랑스 속담입니다. 각각 다른 시기에 메모해두었던 말들이고 품은 뜻도 다르지만, 인생 5학년이 되어 다시 꺼내 보니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비극과 희극 중에서 어느 것을 보고 있나요? 지금 이 순간 소망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그림책 작가들은 삶과 인생을 어떤 그림으로 그림책 속에 담아내고 있는지 한 번 찾아봤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삶에 통찰력을 안겨 주는 이야기, 끝이라 생각한 순간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온 인생 이야기, 삶과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를 다룬 이야기, 힘든 일 어려운 일이 닥쳐도 씩씩하게 이겨나가는 이야기… 아프고 시리고 뭉클하고 따뜻한 그림책 속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 이야기이고 내 이야기, 우리네 인생 이야기입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글/그림 김효은 | 문학동네
(발행일 : 2016/10/10)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지하철 빈자리에 앉은 일곱 사람들의 일곱 빛깔 이야기로 우리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이웃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처럼 내 가족의 이야기처럼 친근하고도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는 세밀한 펜선과 먹의 번짐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삶을 애잔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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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글/그림 이현주 | 책고래
(발행 : 2016/04/15)

낡은 아파트에 자리 잡은 어린 은행나무가 자라면서 만나는 1층부터 5층까지 층마다 제각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은 우리 삶의 단편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싱그럽고 풋풋했던 시절을 지나  꿋꿋하게 성장한 나무, 앙상하게 남은 가지만으로 춥고 고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감당해내야만 하는 나무의 삶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 닮아 보입니다.

나무가 바라보는 풍경을 통해 우리 삶을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나무처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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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

글 자웨이 | 그림 주청량 | 옮김 나진희 | 노란상상
(발행 : 2018/03/26)

타이어 혼자 떠난 여행길,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타이어는영원히 제자리에 멈춰있게 됩니다. 하지만 타이어는 그곳에서 삶의 또 다른 기쁨을 알게 됩니다. 달리며 보았던 새로운 풍경도 아름답지만 멈춘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낡은 타이어의 두 번째 여행”을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 인생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멈춘 자동차를 두고 혼자 씩씩하게 떠나는 낡은 타이어의 모습에서 부모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어느 청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새삶을 준비하는 머리 희끗한 어느 중장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우리 인생,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그래서 살만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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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와 메이

 

몰리와 메이

(원제 : Molly & Mae)
글 대니 파커 | 그림 프레야 블랙우드 | 옮김 공경희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09/29)

기차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난 몰리와 메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생의 여정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몰리와 메이”, 뜻밖의 만남, 예기치 못한 작은 사건과 사고들,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면서 변하는 창밖 풍경들,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다양한 상황을 만나면서도 한 번 올라탄 순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끝없이 달려가는 기차 여행이 마치 우리의 인생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대니 파커의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글과 연필선을 살린 서정적이면서 따뜻한 프레야 블랙우드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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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원제 : On My Beach There Are Many Pebbles)
글/그림 레오 리오니 | 옮김 정회성 | 보림
(발행 : 2017/11/15)

살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부딪치고 깎이고 부서지면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인생을 닮은 수많은 조약돌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대부분이 철학적 사색과 교훈을 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은 그저 있는 그대로 삶을 바라보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레용, 색연필,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기본으로 신문지, 벽지 등을 찢어 오리고 붙여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낸 그의 대부분의 그림책들과 달리 연필로 정밀 묘사한 흑백의 그림들이 포근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추억 속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여운 가득한 그림책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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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의 서커스
빈터의 서커스

(원제 : Wasteground Circus)
글/그림 찰스 키핑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찰스 키핑은 그림책 “빈터의 서커스”를 통해서 우리에게 삶의 진실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빈터와 서커스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늘 공존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이상과 현실…… 늘 좋은 일만 생기면야 좋겠지만 우리 인생이 그렇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 삶의 기쁨이 더욱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가르쳐 줍니다. 기쁜 날이 오길 바라며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삶, 절망의 늪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삶,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내려 놓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빈터에 다시 서커스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스콧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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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위의 죽음

사과나무 위의 죽음

(원제 : Der Tod Auf Dem Apfelbaum)
글/그림 카트린 섀러 | 옮김 박선주 | 푸른날개
(발행일 : 2016/10/01)

자신을 찾아온 죽음에게 주문이 걸린 사과나무에 묶어 놓은 여우 할아버지, 죽음이 없는 삶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작가 카트린 셰러는 ‘죽음’을 무시무시한 모습이 아닌 하얀 옷을 입고 찾아온 천사처럼 표현했어요. 어찌 보면 ‘죽음’은 여우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처럼 하얀 옷을 입고 진짜 죽음을 앞둔 여우 할아버지를 찾아온 ‘죽음’의 모습에는 우리의 삶 안에 삶과 죽음이 늘 함께 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듯 보입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끝이라는 순간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우리 주변 모든 이들이 더욱 소중한 것 아닐까요? 삶과 죽음이란 무엇이며 죽음이 없는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 “사과나무 위의 죽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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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글 김혜원 | 그림 최승훈 | 이야기꽃
(발행 : 2018/09/17)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충남 부여군 양화면 송정리에서 진행된 ‘그림책 마을’ 만들기 사업 과정에서 작가들이 보고 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엮은 그림책입니다.

정성스럽게 그려낸 아홉 분의 할머니와 아홉 분의 할아버지의 손, 그 손 안에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손이 곧 사람’이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 깊은 곳까지 메아리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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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안녕달
책표지 : 창비
안녕

글/그림 안녕달 | 창비
(발행 : 2018/07/20)

255페이지에 달하는 제법 두툼한 그림책 속에 수많은 만남과 이별, 사랑과 우정을 아련하고 따스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을까요? 짧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함께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을까요?

누군가 그들의 별에 두고 온 것을 보기 위해서 밤하늘 별들이 저리도 빛나는 것은 아닐지,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 속에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낸 그림책 한 권이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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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랑말과 나

조랑말과 나

글/그림 홍그림 | 이야기꽃
(발행일 : 2016/09/05)

아이와 조랑말이 가는 길에 자꾸만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나 둘을 괴롭힙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찢어지고 박살 나고 으스러져 너덜너덜해진 조랑말 조각을 다시 이어붙이고 또다시 이어붙이며 조랑말과 다시 길을 떠납니다.

상처투성이 조랑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이상한 녀석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아이와 조랑말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인생이란 여행길에 첫걸음을 내딛고, 또 걸어가겠죠. 우리 역시 그렇게 걸어왔을 테고요.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조랑말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디선가 잔뜩 실망한 채 조각난 조랑말만 버려두고 혼자서 온 것은 아닌지, 조각조각 너덜너덜해졌어도 여전히 그 곁을 잘 지키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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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인생을 담은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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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향
허진향
2022/07/09 08:55

너무 좋은 그림책들입니다. 마음을 울컥하게 하며 우리 삶을 생각하게, 뒤돌아보게 하는 책들입니다. 다시 책장을 넘겨보게 합니다. 가온빛 항상
응원합니다~ 설레이며 받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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