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8/24
■ 마지막 업데이트 : 2020/08/19
[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0. 연재를 시작하며
1. 돈 우드와 오드리 우드
2. 필립과 에린 스테드
3. 러셀 호번과 릴리언 호번
그림책들을 읽다 보니 부부가 함께 만든 작품들이 꽤 있더군요. 한 사람은 글을 쓰고 다른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거나, 다른 작가의 글에 부부가 함께 그림을 그린다거나, 또는 글 그림 모두를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식으로 말이죠. 부부가 힘을 합친 탓인지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고 있을만큼 성공적인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며 함께 작업한다는 건 얼핏 보기엔 부러울만한 일이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이게 무작정 좋기만 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 조차도 부부가 하루 종일 얼굴 맞대고 함께 일하다 보면 단순히 동료 사이에 생기는 것 이외의 스트레스가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물며 그림책 만들기처럼 창의적인 일이라면 서로가 추구하는 창작의 세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이상은 작가적 감성으로 충만한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50여년 가까이 그림책을 만들어 온 존 버닝햄과 헬린 옥슨버리가 부부 사이라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부가 함께 작업한 그림책은 아직까지 단 한권 뿐입니다. 그것도 두 사람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한창 때가 아니라 최근에 말이죠. 바로 2010년에 출간한 “동생이 태어날 거야“란 그림책입니다. 아마도 서로가 충분히 포용할만큼 원숙해지고, 어지간한 일엔 화도 잘 안날만큼 넉넉함을 갖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부부가 함께 작업할 용기가 났던 건 아닐까 저만의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만든 직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제 생각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우선 존과 헬린 부부가 이 책을 만드는데 걸린 기간이 10년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업한 거라고 하기엔 좀 긴 시간이잖아요. 10년간 작업했다기 보다는 10년간 작품을 묵혀가며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할 수 있을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가지 기다렸던 것 아닐까요?
이야기를 완성한 뒤 헬린에게 그림을 부탁했는데, 처음엔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함부로 조언을 못한다. 워낙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가 ‘이런 식이 좋겠다’ 정도로 이야기한다.존 버닝햄
아이디어만 있다면 물론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함께’ 일하는 건 아니다. 존은 이야기를, 나는 그림을 맡아 일한다.
공동작업을 계속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헬린 옥슨버리의 대답
노부부의 짤막한 답변들 속에서도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것의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부부 싸움을 피하는 노부부의 지혜가 엿보인다고 해야 하나요? ^^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조언을 함부로 해선 안되고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존 버닝햄, 일을 분담했으면 ‘함께’ 붙어 있지 말고 각자 일하는게 상책이라는 헬린 옥슨버리, 팔순을 바라 보는 두 작가의 이야기만 봐도 부부가 함께 그림책을 만든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 작가 부부, 함께 만든 그림책들
이렇게 힘든 부부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그림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림책 작가 부부 별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참고로 부부의 이름 순서는 대부분 글-그림 순입니다.)
- 존 버닝햄 – 헬린 옥슨버리
- 사라 스튜어트 – 데이비드 스몰
- 다니엘 미지엘린스키 –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 누가 누구를 먹나?
- 옛날 옛적 마모코
- 작은 도시 마모코
- 또 다른 지구를 찾아서
-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인그리 돌레르
- 한밤의 자동차 경주
- 노래하는 강아지 폭시
- 에이브러햄 링컨 ※ 1940년 칼데콧상 수상작
- 벤저민 프랭클린
- 그리스 신화
- 신과 거인의 이야기 북유럽 신화
- 러셀 호번 – 릴리언 호번
- 돈 우드 – 오드리 우드 : ※ 이 부부의 아들 브루스 우드도 그림책 작가라고 해요 ^^
- 낮잠 자는 집
-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해요
- 꼬마 돼지
- 나쁜 말이 불쑥
- 생쥐와 딸기와 배고픈 큰 곰
- 배고픈 큰 곰아, 메리 크리스마스!
- 루스 브라운 – 켄 브라운
- 아프리카 초원의 늙은 사자
- 레오 딜런 – 다이앤 딜런
-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 하늘을 나는 마법의 주문
-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 나도 아프고 싶어
- 아놀드 로벨 – 애니타 로벨
- On Market Street ※ 1982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돼지가 주렁주렁
- 아침 해를 구한 용감한 수탉
- 진 자이언 –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 화분을 키워 주세요
- 개구쟁이 해리 – 목욕은 정말 싫어요
- 개구쟁이 해리 – 꽃무늬 옷은 싫어요
- 개구쟁이 해리 – 바다괴물이 되었어요
- 앨런 앨버그 – 자넷 앨버그
- 우체부 아저씨와 비밀 편지
-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 지렁이 책
- 필립 C. 스테드 – 에린 E. 스테드
-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 이담 – 김근희
- 폭죽 소리
- 명량 해전의 파도 소리
- 아기별
- 무슨 날일까?
- 그로 달레 – 스베인 니후스
- 제르마노 쥘로 – 알베르틴
- 베타 하더 – 엘머 하더
-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 1949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엘리자베스 로즈 – 제럴드 로즈
- 물고기를 지킨 갈매기 할아버지
- 천 년을 산 상수리나무
- 앨리스 프로벤슨 – 마틴 프로벤슨
- 위대한 비행 ※ 1984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사계절
- 우리 농장에 놀러 오실래요?
- 마티외 라브와 – 마리안느 뒤비크
- 케이트 맥뮐란 – 짐 맥뮐란
- 잉그리트 슈베르트 – 디터 슈베르트
- 악어야 악어야 우리 집에 왜 왔니?
- 송정화 – 민사욱
- 앤 랜드 – 폴 랜드
- 들어 봐! 들리니?
- 지 기미코 – 지정관
- 김지연 – 박해진
- 나의 물고기
- 케라스코에트 : 마리 폼퓌 – 세바스티엥 코세
- 제시카 배글리 – 애런 배글리
- 로라 드론제크 – 케빈 헹크스
꽤 많죠? 참고로 위 목록에는 없지만 부부가 모두 그림책을 만드는 국내 작가들이 조금 더 있습니다. 우선 “여름이네 육아일기“라는 만화를 쓴 최덕규, 김윤정 부부도 각각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덕규 작가는 “나는 괴물이다”, “헤엄치는 집” 등의 작품이 있고, 김윤정 작가는 최근 허풍 대결로 소개했던 “똥자루 굴러간다“의 작가죠. 그리고,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쓴 이억배 작가와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를 쓴 정유정 작가도 부부면서 모두 그림책을 만들고 있구요. 하지만 두 작가 부부들은 함께 만든 그림책은 없어서 위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부부 작가들과 그들이 함께 만든 그림책 목록 소개하는 정도로 마무리 하고 다음엔 ‘돈 우드 – 오드리 우드’ 부부를 시작으로 “그림책 작가 부부”라는 주제로 연재를 해 볼 생각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0. 연재를 시작하며
1. 돈 우드와 오드리 우드
2. 필립과 에린 스테드
3. 러셀 호번과 릴리언 호번
※ 업데이트
■ 발행일 : 2014/08/24
■ 업데이트
- 2015/04/12 : 앨리스 & 마틴 프로벤슨 부부 추가
- 2015/06/30 : 마티외 라브와, 마리안느 뒤비크 부부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