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8/24
■ 마지막 업데이트 : 2018/10/2


[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0. 연재를 시작하며
 1. 돈 우드와 오드리 우드
 2. 필립과 에린 스테드
 3. 러셀 호번과 릴리언 호번

그림책들을 읽다 보니 부부가 함께 만든 작품들이 꽤 있더군요. 한 사람은 글을 쓰고 다른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거나, 다른 작가의 글에 부부가 함께 그림을 그린다거나, 또는 글 그림 모두를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식으로 말이죠. 부부가 힘을 합친 탓인지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고 있을만큼 성공적인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며 함께 작업한다는 건 얼핏 보기엔 부러울만한 일이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이게 무작정 좋기만 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 조차도 부부가 하루 종일 얼굴 맞대고 함께 일하다 보면 단순히 동료 사이에 생기는 것 이외의 스트레스가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물며 그림책 만들기처럼 창의적인 일이라면 서로가 추구하는 창작의 세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이상은 작가적 감성으로 충만한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이 태어날 거야
“동생이 태어날 거야” 앞쪽 면지

50여년 가까이 그림책을 만들어 온 존 버닝햄과 헬린 옥슨버리가 부부 사이라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부가 함께 작업한 그림책은 아직까지 단 한권 뿐입니다. 그것도 두 사람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한창 때가 아니라 최근에 말이죠. 바로 2010년에 출간한 “동생이 태어날 거야“란 그림책입니다. 아마도 서로가 충분히 포용할만큼 원숙해지고, 어지간한 일엔 화도 잘 안날만큼 넉넉함을 갖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부부가 함께 작업할 용기가 났던 건 아닐까 저만의 상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만든 직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제 생각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우선 존과 헬린 부부가 이 책을 만드는데 걸린 기간이 10년이라는 점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업한 거라고 하기엔 좀 긴 시간이잖아요. 10년간 작업했다기 보다는 10년간 작품을 묵혀가며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할 수 있을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가지 기다렸던 것 아닐까요?

이야기를 완성한 뒤 헬린에게 그림을 부탁했는데, 처음엔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함부로 조언을 못한다. 워낙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가 ‘이런 식이 좋겠다’ 정도로 이야기한다.

존 버닝햄

아이디어만 있다면 물론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함께’ 일하는 건 아니다. 존은 이야기를, 나는 그림을 맡아 일한다.

공동작업을 계속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헬린 옥슨버리의 대답

존 버닝햄과 헬린 옥슨버리 부부
사진 : 중앙일보

노부부의 짤막한 답변들 속에서도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것의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부부 싸움을 피하는 노부부의 지혜가 엿보인다고 해야 하나요? ^^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조언을 함부로 해선 안되고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존 버닝햄, 일을 분담했으면 ‘함께’ 붙어 있지 말고 각자 일하는게 상책이라는 헬린 옥슨버리, 팔순을 바라 보는 두 작가의 이야기만 봐도 부부가 함께 그림책을 만든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 작가 부부, 함께 만든 그림책들

이렇게 힘든 부부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그림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림책 작가 부부 별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참고로 부부의 이름 순서는 대부분 글-그림 순입니다.)

꽤 많죠? 참고로 위 목록에는 없지만 부부가 모두 그림책을 만드는 국내 작가들이 조금 더 있습니다. 우선 “여름이네 육아일기“라는 만화를 쓴 최덕규, 김윤정 부부도 각각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덕규 작가는 “나는 괴물이다”, “헤엄치는 집” 등의 작품이 있고, 김윤정 작가는 최근 허풍 대결로 소개했던 “똥자루 굴러간다“의 작가죠.  그리고,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쓴 이억배 작가와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를 쓴 정유정 작가도 부부면서 모두 그림책을 만들고 있구요. 하지만 두 작가 부부들은 함께 만든 그림책은 없어서 위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부부 작가들과 그들이 함께 만든 그림책 목록 소개하는 정도로 마무리 하고 다음엔 ‘돈 우드 – 오드리 우드’ 부부를 시작으로 “그림책 작가 부부”라는 주제로 연재를 해 볼 생각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0. 연재를 시작하며
 1. 돈 우드와 오드리 우드
 2. 필립과 에린 스테드
 3. 러셀 호번과 릴리언 호번

※ 업데이트

■ 발행일 : 2014/08/24

■ 업데이트

  • 2015/04/12 : 앨리스 & 마틴 프로벤슨 부부 추가
  • 2015/06/30 : 마티외 라브와, 마리안느 뒤비크 부부 추가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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